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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에 무너지는 사람, 불행 이후 더 강해지는 사람

최지라드 2021. 7. 1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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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네요. 너무 덥습니다. 올해 여름은 더 힘들죠. 매년 그런것 같습니다. 평소의 여름이었다면 이때쯤 조금 먼 곳으로 휴가라도 다녀오면서 기분전환 했을텐데요. 그러기는 커녕 수도권은 사실상 저녁에 어디 나가기도 어렵습니다. 코로나와 무더위 조합은 쉽지않네요.

 

아무튼 그렇다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덕분에 책을 읽는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났어요. 요즘엔 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새로운 작품을 접하기보다도 과거에 접한 작품들을 다시 복습하고 있습니다. 점점 영화와 책을 볼 시간이 줄어들면서, 엉터리인 글이나 영화를 보는 리스크를 줄이고 싶어서죠. 그래서 이미 내게 어떤 영감을 줬던 작품을 다시 보는 게 차라리 낮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개시켜 드리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필립로스의 소설 "에브리맨" 인데요. 짧은 소설입니다. 소설의 주제는 늙음과 죽음 입니다. 늙어서 병들고 소멸하는 과정을 정말 어떤 미화나 과장 없이 치밀하게 묘사한 작품 입니다. 이분의 작품을 읽으면 죽음 역시 하나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모든 인간이 결국 죽음을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가죠. 아무도 죽음을 피할 수도 없습니다.

 

"에브리맨"이 아니라 다른 필립로스의 소설들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운명의 압도적인 힘에 대해서 다루고있죠. 아무리 개인이 발버둥쳐도 빠져나갈 수 없는 어떤 거대한 톱니바퀴 같은 것들을 묘사합니다. 저는 영화 감독 중에서 코엔 형제를 좋아하는데요. 결국 필립로스, 코엔형제가 하려는 말은 비슷합니다. 그들은 "압도적인 무력감"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사람들이죠. 예컨대, 코엔 형제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생각 해보십쇼. 이 영화에서 인간의 목숨은 겨우 동전 던지기 하나로 결정나기도 합니다.

 

필립로스, 코엔형제만큼 좋아하는 예술가는 아니지만... 나홍진 감독의 작품 역시 비슷한 주제를 공유합니다. 곡성, 랑종 모두 압도적인 무력감을 선사하는 작품이죠.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어떤 저주같은 것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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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결국 이겁니다. 큰 조정장 앞에서는 위대한 투자자들 역시 겸손해집니다. 버핏이나 레이 달리오 같은 사람 역시 조정장 앞에서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이 피바람이 지나가길 기다리죠.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괜히 거기서 불행의 원인을 찾으려고 하면 더 괴로워지고요. 누구나 불행과 불운을 맞을 수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건 너무 불확실 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꼼꼼하게 살아도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게 더 많죠. 몇년을 투자한 시험에서 결국 떨어지기도 하고, 여기 저기서 모멸감을 받을 수도 있어요.

 

이렇게 누구나 불행이라는 덫에 빠집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중요 합니다. 누군가는 불행을 맞은 이후 그대로 주저 앉습니다. "인생이 참 잔인하다"라면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살아요. 자포자기로 삽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불행을 툴툴 털고 "아 인생은 원래 이따위지 뭐"라고 생각한 후에 다시 힘을 냅니다. 뭐가 더 나은 삶일까요. 당연히 후자의 삶을 살아야죠. 삶은 원래 불확실한 파도로 가득합니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삶을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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